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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후기

제목

아버지때문에 힘들어요, 변하지 않으시는데 제가 나아질까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7.18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484
내용
아버지로 인해 힘들어하는 여학생의 상담 내용을 편지형식으로 올립니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며칠 전에 방문한 16살 중3 여학생입니다.
저희 아뻐는 완고하고 권위적이며 독재자예요.
이를 어릴때 부터 알고 부모님의 불화와 엄마의 우울과 위축을 보며 자랐어요
그런데 제가 중학생이 되면서 이제는 아빠의 엄한 훈육을 참고 견디어내기 싫다고 
말씀드렸지요.
제가 말하지 않은 게 있어요.. 옆에 엄마가 있어서 자세히 말 못했지만
아빠가 체벌을 하세요. 엄마가 말리니가 엄마가 없을 때 했어요.
너무 싫고 아빠가 죽이고싶을 정도로 미웠어요.
가출을 하고싶고 자살해서 복수하고싶기도 해요.
일단 우울약을 먹고 있어요. 그런데 아빠가 변하지 않는데 제가 나아질까요?

-----------> 

<답변>

J에게.

네가 다녀간 후 앞으로도 계속 겪게 될 고통에 대해서 걱정이 되더구나

넌 자살을 암시하였어. 난 너와 나에게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지.

넌 지금이 절망감과 우울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더구나.

아버지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했고 너무 싫으니 차라리 그가 없어지면 좋겠다고 했지.

아버지 자기 뜻에 어긋나면 체벌을 가했는데, 16살인 너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까 오히려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수긍할 수 없었던 너는 무언의 저항을 하였고 그런 모습에 아버지는 더욱 역정을 내며 악순환이 계속 되었어. 같이 방문한 어머니의 표현대로 J의 아버지는 권위적인 분 같아. 가장으로서 교육을 당신의 뜻대로 주도하고 싶은 거지. 어머니는 이미 너희들 교육에 대해 아버지와 충돌을 해오다 그 불도저같은 모습에 질려서 포기한 상태 같아.

아버지가 마치 전투를 치루는 것처럼 갑옷을 쓰고 눈에 핏발이 솟고 굳은 표정에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돌격해 나가는 군인의 모습 같지않니?


아버지는 남자이지. 특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자는 고집 세고 다혈질이며 소유욕이 강하단다. 사회생활에서 강한 의지로 온갖 난관을 뚫고 성공하는 굳센 남자이지. 그들 눈에 세상은 약육강식의 전쟁터이고 술수와 배신이 난무하는 곳이니, 마음 약해지지 않으려고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살아 왔을거야.

문제는 집에 돌아와서도 그걸 벗지 못한다는 것이지. 자신이 쓰고 있는지조차 모르니까.

전쟁용 갑옷을 입고 있으니 집에서 어떻게 하겠니? 부하직원에 하는 것처럼 명령조이고

공감, 배려보다는 해결사 노릇하려는 경직된 모습이지? 그런데 말이다, 이런 모습에게 부딪치고 싸우는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거야. 아버지는 자신의 권위가 무너질까 더욱 투구를 조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J야. 아버지 스스로는 가족을 먹여 살리고 지키기 위하여 이런 전쟁을 매일 한다고 여긴단다. 이건 진심일거야, 사실이기도 하고. ‘내가 뭐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는데..!’는 아버지들의 상투적인 대사이면서 진실이란다. 그래서 말인데, 아버지가 너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면 넌 어떤 심정일까? 적이 쳐들어온다면, 가족이 위험에 처한다면, 네가 물에 빠지거나 생명이 위기에 처한다면, 아버지는 너를 위해 망설임 1도 없이 뛰어 들거야.

아버지의 책임감은 위대하지만, 그 마초 같은 소유욕과 권위의식이 가족과의 소통을 단절시키면서 스스로 불행하게 만들어. 이걸 모르니 그들은 안타깝고 가족은 괴롭지.

남성호르몬 이야기가 나왔는데 생물학적 진실을 하나 더 말해줄게. 남자는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여성보다 원활하지 못해. 우뇌의 감정을 좌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 미숙해서 서툴다는 말이야.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하는 감정이 생겨도 이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짐짓 나타낼 뿐이지. 가족과 부딪쳤던 것은 편리하게도 털어버리고는 맛난 거 사오거나 눈치를 보며 안하던 행동을 한다거나.


그래, 사람은 잘 안 바뀐단다. 이런 아버지의 방식에 상처를 덜 받도록 슬기롭게 대처해야 해. 갑옷의 딱딱함과 투구의 날카로움이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면서 엄마와 너를 상처 줄거야, J 너의 우울증은 감정기복과 수동공격성으로 저항할 것이고, 돌아서서 분노와 자괴감으로 극단적 생각하면서 자해하고 있구나. 우선 우울치료를 받으면 감정기복이 줄어들면서 극단적 감정으로 대처하지 않게 된단다. 치료가 그 상황을 막아주지 못하지만 너에게 상처 주는 아버지의 말과 행동의 순간에, J 너 안에서 터져 나오는 우울, 불안, 자괴감을 줄여서 무너지지 않도록 해준단다.


아버지의 본능은 아내, 아들보다 딸에게 약해. 그런데 이렇게 널 힘들게 하시는구나. 힘들겠지만 기운내자. 대결보다는 선한 영향이 갑옷을 벗게 만든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오이디푸스’ 왕이 신탁의 예언대로 불행에 빠져 왕관을 내려놓고 자기 눈을 찌른 후 장님으로 정처 없이 길을 떠날 때, 그를 슬기롭게 인도하며 보좌한 이는 딸 ‘안티고네’ 이지. 아버지는 결국은 딸에 질수밖에 없고, 딸은 우매한 아버지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본디 가지고 있단다. 부디 너를 아끼거라. 너 안에 이 상황을 극복할 지혜와 온유함을 믿어 의심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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