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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어머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5.13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487
내용

그녀A는 20대 중반의 회사원으로 우울증이 심했다. 여성의 우울증에 흔한 패턴인 쉽게 들뜨고 사소한 일에 기분이 급격히 추락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항상 우울이 깔려있고 힘든 일이 있으면 더욱 기분이 늪에 빠지듯 몸과 마음이 무너지곤 했다. 검사하고 상담을 해보니 나이에 비해 침착하고 진중하였다. 십중팔구 이런 경우는 어릴 때부터 애어른이었을 것이다. 역시 그랬다고 하는데 장녀이다. 홀어머니는 우울증으로 입원해있고 (일년의 대부분을) 지능이 낮고 자폐아인 두 동생들을 돌보는 가장 아가씨이다.

 

이런 사연까지 들었을 때 난 가슴이 아려오면서 불길한 생각이 들어 부모에 대한 질문들을 했다. 역시 어머니는 우울증이란 진단 너머에 엄마역할의 미숙함과 인격의 문제가 있었다. 어릴 때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라 일찍 시집을 갔고 아이 셋을 낳았었다. 아이들보다 자신이 더 중요했기에 아이들은 기분에 따라 학대와 방관의 양육을 하는 엄마의 눈치를 보며 자라야했다. 특히 장녀인 그녀A는 엄마의 도우미 식모였고 엄마가 아플 때는 간병인이며 동생들을 돌봐야 하였다.

 

8살에  많은일들이 있었다. 6살에 술집여자와 살려고 집을 나간 아버지가 술병을 앓다 돌아가셨고 그 시체를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너희 자식들이 지긋지긋하니 더 키우지 못하겠다며 고아원에 맡기겠다고 했다. 어린 그녀는 울면서 몇번을 빌었다. 자신이 동생들 몫까지 잘할테니까 제발 버리지 말아달라고. 파출소에 찾아가서 어린 마음에 호소해보기도 했다. 그해에 돈이 없어 여관에 살았는데 어는 날 엄마가 웬 아저씨가 맛난 것을 사준다고 하니 따라가라고 했다. 아이는 불안하고 싫어서 과자는 필요없고 엄마 옆에 있겠다고 했지만 엄마가 표정이 일그러졌다. 엄마가 무서워 아저씨를 따라갔다. 가게에 간다던 아저씨는 다른 집으로 데리고 갔고 아이는 성폭행을 당했다. 돌아왔는데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8살 적의 사연을 꺼낸 날은 나에게 5번째 방문하였던 어느 날이었고  그 날은 동생이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들쳐업고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대사장애가 있어 한번씩 이런 상황을 대처해야 한단다. A에게 8살의 그 사건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며,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엄마가 그냥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정말 나쁜 딸이라고 죄책감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나가고 난 참았던 눈물이 나왔다. 이런 기막힌 사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녀는 기구한 삶의 사연에 비하면 참 바르고 착한 심성이기에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화가 나서 나도 몰래 터진 감정이었다. 그냥 참 세상에 불행한 사람들이 많은지 ...  지금 이 순간에 새로운 생명이 태아나고 또 어떤 생명을 유명을 달리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난 확신한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마음에 할퀴어지는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 어느 가정에서 숨 죽여 울고 있다는 것을.  길을 가다가 고개를 숙이고 우울한 얼굴의 소녀가 어께를 움츠리고 가는 것을 보면 저 아이는 분명 철이 들기 전부터 행복 보다 불행과 고통을 훨씬 더 많이 겪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팔목에 자해의 흔적이 있는 아이를 보고 그 아이가 상대의 친절에 경계를 하는 것을 보면 오랫동안의 학대로 인해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불행한 아이라고 확신한다. 집까지 따라가서 확인하고 싶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두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양육할 인성이 되는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히 드는 저녁이다.  A는 좋아질 것이다. 내가 그렇게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 5살의 A, 10살의 A, 30살, 40살의 A들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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